주님, 전염병으로 인하여 저희가 모일 수 없으나 함께 예배하고자 안간힘을 씁니다. 작은 화면으로 지체들의 얼굴을 살피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버티며 나아갈 공동체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저희가 함께 당신께 예배케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사람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코로나 전부터 사회로부터 거리두기를 당한 이들이 있습니다.설 연휴입니다. 이런 명절이면 이들은 더 춥고 외롭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도 줌으로 함께 모여 예배하는 공동체를 주심에 감사하는 기도를 하곤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방치된 이들을 언급하는 제 입이 가증스럽습니다.
성찬을 대신해 온세상을 위한 기도를 합니다. 기도문을 작성하려, 온세상을 더듬어 헤아려봅니다. 주님, 저의 세상이 너무 작습니다. 애써 보지 않고, 애써 귀기울이지 않은채 피동적으로 살았습니다. 이제와 기도제목을 찾느라 온세상을 두리번거리는 제 눈길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우리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나눠주신 주님. 이것을 먹고 마시며 자신을 기념하라 하셨는데, 당신의 살과 피를 힘입어 생명을 얻어놓곤 당신이 바라보며, 애통해하시는 곳에 시선을 두지 않고, 귀를 막고 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이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었습니다.
이제라도 주님의 살과 피를 묵상하며, 성찬의 마음으로 매일의 일상에서 어두운 눈을 애써 치켜 뜨고, 손발로 더듬으며 우리의 세상을 넓혀가길 원합니다. 그 세상을 바라보며, 당신과 함께 웃고 울며, 기도하길 원합니다. 당신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그 세상으로 성큼 발걸음을 내딛길 원합니다.
주님,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기적은 참 묘합니다. 포도주를 빚는 데 포도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익어가는 시간도 생략됐습니다. 이 기적이 참 달콤합니다. 물이 포도주가 되는 기적을 삶에서 수없이 당신께 구하며 살아갑니다. 세상이 너무 크기에, 우리가 너무 작고 연약하기에 염치없이 당신께 물 항아리를 떠와 포도주를 빚어달라 기도합니다.
주님, 물이 포도주가 되는 기적만 구하지 않기 원합니다. 우리의 하루하루의 정직한 시간 가운데, 우리의 땀, 눈물이 무르익어 당신 앞에 향기로운 포도주로 빚어지길 간구합니다. 우리의 일상이 정직하게 빚어져 향기로워지는 것은 어쩌면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기는 것보다 놀라운 기적이 아닐까요.
부족한 저희로 예배자로 불러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2년 1월 30일 주일예배에서 드린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