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버지,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오곡백과 결실을 수확하는 계절 한 가운데에 있는 ‘한가위’ 명절이 되면 우리 조상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라는 바람과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도 몸 건강하고, 주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돌아보면서 마음도 풍성한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지만 주님, 명절 기간에도 마음 편히 쉼을 누리지 못하는 여러 사람들이 있습니다.
1. 먼저, 마음건강의 회복과 치유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짐작조차 어려운 다양한 까닭으로, 마음이 아픈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피곤하면 잠자리에 들고, 답답하면 숨을 크게 내쉬는 걸 것을 당연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힘들어 잠을 청하려 해도 잠을 들 수 없고, 일상적인 호흡조차 어려워 고통을 받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정신력을 말하고, ‘의지’를 키우라고 말하지만, 누구보다 아프고 싶지 않은 ‘의지’가 있어도 그게 잘 안 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러 고통 속에 있다 보면, 상하고 위축된 마음을 방어하고 싶어서 때로는 가까운 이들에게 공격성을 과도하게 표출할 때도 있고, 서로의 관계가 깨어지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 계급적 불평등, 사회 심리적 요인과 같은 부조리한 현실은 정신건강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불공정한 삶과 일터 환경이 개선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양질의 정신건강 케어를 잘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옵소서. 마음건강에 장애가 있는 분들이 지역공동체에서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문화적, 제도적 토양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옵소서. 주님, 주님께서는 ‘생명의 근원이 마음에서 나오기에,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마음을 지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잠언의 이 말씀이 개인에게만 주신 지혜의 말씀일 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게 주신 말씀임을 기억하면서, 마음을 잘 보호하고 회복하는데 힘을 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옵소서.
2. 하나님, 가을에는 여러 교회들이 교단총회로 모여 여러 결정을 내리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간혹 뉴스를 보다 보면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신 하나님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자기잇속만을 챙기는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듣기도 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회의에서 마땅히 논의되어야 할 의제들이 올라오고,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자기를 넘어 이웃과 삶을 나누는 삶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여유가 된다 싶을 때라야 겨우겨우 조금씩 움직일 뿐 아니라,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할 때는 착한 척, 정의로운 척 하다가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순간에는 자기를 챙기는 게 인간입니다. 주님, 하지만 이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조금은 더 성숙하게 하옵소서. 이 땅의 교회 공동체가 자기보존욕망에 사로잡히기보다, 나눔의 삶이 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시고 주님과 이웃에게 한걸음 더 나아가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또한 이웃 나눔을 실천하는 이 땅의 여러 교회들의 귀한 사역이 단발성으로 끝나거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위축되지 않도록 힘을 더하여 주옵소서.
3. 주님, 지난 주 설교시간에는 거리에서, 광장에서 말씀하시는 참 지혜이신 주님께 귀 기울여 들으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열심히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피곤한 상태로 제자리인 쳇바퀴 인생 같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바람에 나는 겨처럼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주님, 삶의 여러 환경 속에서 다양하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싶습니다. 외부 자극에 즉시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삶을 살기보다,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가을에 홀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게 하시고, 때로는 세밀한 음성으로, 때로는 크게 소리 내어 말씀하시는 주님의 뜻을 묵상하게 하옵소서. 생명의 떡이요, 영혼의 양식이신 주님과 사귐의 시간을 가지면서, 성실하되 분주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되 나태하지 않으며, 지혜롭되 약삭빠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옵소서. 그렇게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와 같이 제 때에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삶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결실의 계절인 가을 한 가운데에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기도: 손00
기도날짜: 2021년 9월 19일 주일예배 중